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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오늘이 아닌 미래의 싸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2025-04-29 13:48:49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장과의 만남]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Innovation·Creative Data) 부문
"변화의 시작점인지, 5년, 10년 뒤에도 경쟁력 있는 기술인지 봐야"
"스파이크스 아시아 작품들, 초지역적 접근으로 구조적 문제 정면으로 다뤄"
"AI는 기능적 도구 아니야…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집중"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기술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 5년, 10년 뒤에도 경쟁력 있는 기술인지가 포인트"

브랜드브리프는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Creative Data)와 이노베이션(Innovation) 두 부문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한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를 만나 올해 출품작 트렌드와 함께 심사 과정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사위원장으로서 강지현 대표는 두가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첫번째, 기술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 뭔가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인지, 그리고 두번째, 이것이 5년, 10년 뒤에도 경쟁력 있는 기술인지다.

강 대표는 "특히 이노베이션 부문에서는 프로토타입도 많이 출품을 한다. 이것은 오늘의 싸움이 아니라 미래의 싸움"이라며 "프로토타입에서 제품이 완성되고, 상업적으로 상용화돼서 잘 팔리고 단단해져야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노베이션 부문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강지현 심사위원장은 "이노베이션 부문은 그 기술이 기존의 문제를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며 "혁신은 단순히 '지금 멋져 보이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변화여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완성도는 물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 그리고 미래에 미칠 영향력까지 함께 고려하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는 페디그리의 '어답터블 바이 페디그리(ADOPTABLE. BY PEDIGREE)' 캠페인에게 돌아갔지만, 강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골드를 차지한 모토로라의 '모토로라 딥 커넥트(MOTOROLA DEEP CONNECT)' 캠페인이다. 모토로라는 인도 단바드와 같은 지역의 석탄 광부와 그 가족들이 광산의 기존 통신 시스템을 활용해 통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강 대표는 "휴머니즘적인 의미를 주는 캠페인으로, 아이디어 자체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였다"며 "기술의 뛰어남을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가슴에 울림을 줬던 캠페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지현 심사위원장은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에서는 데이터가 아이디어의 중심에서,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하게 활용됐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실제 성과나 영향력으로 이어졌는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서, 아이디어 자체가 데이터에서 출발했는지, 또 결과도 명확하게 입증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터나 신기술을 활용해 매우 인상적인 결과를 제시한 캠페인들 중 일부가 심사 과정에서 논의가 많았다. 특히 성과가 극적으로 보이는 캠페인일수록, 그 결과를 도출한 알고리즘이나 계산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경우 신뢰도가 떨어졌고, 그로 인해 더 큰 상을 받지 못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그랑프리로 선정된 것은 게토레이의 터프 파인더(Turf Finder)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는 20년간의 구글 지도 데이터를 분석해, 도심 속 혼잡한 거리에서 사람이 일시적으로 적은 빈 공간을 실시간으로 찾아내, 그 자리에 모듈형 운동장을 배치한다. 데이터를 통해 스포츠 접근성을 재정의한 사례이자, 브랜드 성장과 사회적 임팩트를 동시에 실현한 캠페인이었다. 지금은 뭄바이를 넘어 인도 여러 도시로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강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하기까지의 끈질긴 설득 과정에 점수를 줬다. 그는 "단순히 뭄바이 시 정부뿐 아니라, 브랜드 측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까지 수개월, 어쩌면 수년의 시간을 들여 정부와 브랜드 양측을 모두 움직였다는 점에서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강지현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우리 팀에게 이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치열하게, 끈기 있게 밀어붙이는 사람만이 이런 결과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디어 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걸 끝까지 실현해내는 집요함과 실행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며 "브랜드와 에이전시들이 한계를 뛰어넘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매우 큰 자극이 됐다"고 평했다.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빅 아이디어? 이제는 로컬라이제이션

강 대표는 최근 아시아 광고 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지는 변화를 '문화 기반 로컬라이제이션'의 심화와 로컬 딥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 실행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짚었다.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해당 지역의 정서, 사회적 이슈, 공동체의 경험과 맥락을 깊이 이해한 뒤, 이를 토대로 캠페인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지역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브랜드의 실질적인 행동이 광고 전략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며 "이는 올해의 글로벌 혁신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올해 가장 효과적인 혁신들은 초지역적 접근(hyper-local)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깊이 있는 실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라고도 말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문화적 맥락'이 크리에이티브의 출발점이자 설득력의 핵심이다. 그는 "서구 시장과 달리, 아시아 각 국은 고유한 전통, 종교, 계층 구조, 세대 간 문화차를 가지고 있으며, 이 차이를 존중하고 활용할 때 브랜드 메시지에 진정성이 생긴다"며 "최근 캠페인들은 이 문화적 차이를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닌, 아이디어의 본질로 끌어올려 탁월한 설득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파이크스 아시아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강지현 심사위원장은 "글로벌 광고제들이 전 세계 공통의 보편적 메시지나 트렌드를 보여준다면,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훨씬 더 로컬의 이야기와 감정, 언어, 관계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크리에이티브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지역의 광고와 문화를 구성하는 공통의 정서와 배경을 공유한 심사위원과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어워드에서는 다소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로컬 코드나 문화적 맥락이 스파이크스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이해되고 평가된다"며 "스파이크스 아시아는 단순한 아시아 광고제를 넘어서, 문화와 크리에이티비티의 교차점에서 진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무대"라고 역설했다.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2025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이노베이션·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 ⓒ정상윤 기자

AI,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건드린다

강지현 대표가 이끄는 서비스플랜코리아는 2022년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국내 스타트업 닷(DOT)의 '닷패드(닷패드(DOT PAD, The first smart tactile graphics display)' 캠페인으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를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강 대표는 인공지능(AI)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새로운 법인도 준비 중인 '테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강 대표는 "AI는 이제 더 이상 '기능적 도구'가 아니다. 오늘날 AI는 인간적인 연결과 감정적 반응, 그리고 문화적 공감까지 측정하고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올해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주목받은 혁신적 사례들은 AI를 단순히 자동화 도구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증폭하는 감성적 인터페이스로 전환한 작업들이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감각 디자인(Sensory Desing) 또는 감각 해킹(Sensory Hacking) 측면에서도 AI와 기술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 AI 기반 기술은 '정보 전달'의 단계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인지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보는 방식', '먹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근본적인 방식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강지현 대표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AI 활용 방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첫째, AI를 감정적 증강(emotional augmentation)의 도구로 활용하라. 단순한 기능적 자동화를 넘어서,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문화적 맥락과 비언어적 신호까지 이해할 수 있는 공감형 AI 모델의 개발을 고려하라. 언어나 숫자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복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보이지 않는 기술(Designed to disappear)', 즉 사용자의 주의를 끌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면서도 방해하지 않는 기술 설계를 고민하라.
넷째, 가장 뛰어난 기술은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일상 속에 지능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진정한 혁신의 방향이 될 것이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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