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AI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감정이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터, 알고리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직관이 만든 성공 사례 공유

"AI가 광고를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AI가 광고를 구원하지도 않을 거예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해야 하죠. 그것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로부터 시작됩니다."
[프랑스 칸 = ] 2025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터로 꼽힌 애플(Apple)이 "AI 시대의 답은 결국 인간"이라는, 뻔하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답변을 내놨다.
토르 마이런(Tor Myhren) 애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고·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무대에 올라 'Human After All(결국은 인간)'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애플은 2025 칸라이언즈가 선정한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2025 Creative Marketer of the Year)에 선정돼 이날 페스티벌 오프닝 세미나를 맡았다.
토르 마이런 부사장은 그동안 애플이 선보인 수십여 편의 상징적인 광고 캠페인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유하며 애플만의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비티 세계를 압축해 보여줬다. 그는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는 시대, AI(인공지능)가 더 빠르고 논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감정'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 인간 중심의 크리에이티비티야말로 이 시대에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애플의 캠페인 사례를 통해 짚어 나갔다.
관객들이 애플을 대표하는 다양한 광고를 본 뒤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그는 "마케팅은 단순히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사람들이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는 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 덕분이다. AI와 알고리즘이 술집에서 만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웃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인간만이 공감하고, 슬퍼하고, 함께 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팟에 보청기 기능을 추가한 에어팟 프로2의 '하트스트링스(Heartstrings)' 캠페인을 들었다.
토르 마이런 부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오디오 제품(에어팟)을 난청인을 위한 보청기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이 기능이 15억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청기를 사용하던 아버지도 더 멋져보인다는 말씀을 하며 에어팟 프로2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회상했다.
애플은 보청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약 4년 간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모든 이를 위한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완벽히 맞닿아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중심으로 한 연말 광고를 선보였고, 이는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에서 5000만 뷰를 기록했으며 구글에서는 '보청기' 관련 검색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토르 마이런 부사장은 "알고리즘은 이런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약 40초 간 무음으로 시작하는 연말 광고가 ROI(투자대비수익)를 높일 것이라는 데이터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인간적인 본능을 믿었다"고 말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공감과 직관이라는 인간 고유의 감각이 여전히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AI와 기술이 모든 것을 가상으로 대체하는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손에 잡히는 경험을 갈망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애플TV 드라마 '세버런스(Severance)'의 마케팅 사례를 언급하며, 뉴욕 지하철역에서 펼친 몰입형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그는 "실제 배우들이 사람들 앞에 있고, 그들의 움직임과 존재가 전달하는 감정은 그 어떤 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다"며 "진짜 인간이 만든 실체 있는 경험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 또한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샷 온 아이폰' 캠페인은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뉴진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유명 스타들과의 협업은 물론 아이폰을 사용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는 애플의 대표적 캠페인 중 하나다.
토르 마이런 부사장은 "전 세계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아이폰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며 "기술은 수단일 뿐, 궁극의 창작자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부연했다. 최근에는 아카데미 수상 감독인 대니 보일(Danny Boyle)이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28년 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 큰 기대를 모은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약 30년 전,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인류 전체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무언가 멋진 것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Make something wonderful)이라는 얘길 했다"며 "여러분의 유머 감각, 놀라운 취향, 미묘한 뉘앙스, 고유의 독창성, 그리고 여러분의 두뇌와 마음을 활용해 멋진 것들을 마음껏 만들어 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애플의 강연은 어찌보면 뻔할 수 있는 주제를 애플 특유의 크리에이티비티와 캠페인 사례를 통해 풀어내며 뜨거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스티브 잡스 특유의 프레젠테이션(PT)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한 듯, 글자는 최소화하고 단순한 이미지와 디자인만으로 채운 발표 자료와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화법이 돋보였다.
또한 토르 마이런 부사장은 세미나 말미에 오랜 시간 동안 애플 광고를 함께 만들어 온 광고대행사 TBWA\Media Arts Lab(TBWA\MAL, 미디어아츠랩)을 언급하며 '28년 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광고대행사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애플이 크리에이티비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