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뉴질랜드 헤르페스 재단, 국민 자존심을 긁다
중국 비아그라, 예술 작품으로 피한 법망
미국 낙태 금지법, 크리에이티비티로 뒤집다
"무엇이 허용되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를 물어라" ― 제이슨 영(Jason Young) 노바티스(Novartis) 부사장
성병, 발기부전, 낙태까지... 다소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를 담야아 하는 상업 광고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사회적 금기를 깬 놀라운 광고 크리에이티비티의 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브랜드브리프는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도화선이 된 2025 칸라이언즈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제목: 헤르페스, 뉴질랜드에서라면 괜찮습니다(The Best Place In The World To Have Herpes)
출품사: 핀치 시드니(FINCH, Sydney)
브랜드: 뉴질랜드 헤르페스 재단(NEW ZEALAND HERPES FOUNDATION)
수상: 2025 칸라이언즈 그랑프리 포 굿(GRAND PRIX FOR GOOD) 부문 그랑프리, 라이언즈 헬스 그랑프리 포 굿(LIONS HEALTH GRAND PRIX FOR GOOD) 부문 그랑프리, 헬스 앤 웰니스(HEALTH AND WELLNESS) 부문 골드, 필름(FILM) 부문 골드, 지속발전가능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부문 브론즈
금기를 깬 '국뽕'
헤르페스는 뉴질랜드인의 최대 80%가 한 번쯤 진단받는 흔한 질병이지만, 이를 알리는 데에는 수치심과 오해라는 두꺼운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헤르페스 진단을 받은 사람의 30%가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뉴질랜드 헤르페스 재단은 유쾌한 전략을 선택했다. 바로 뉴질랜드인의 특유의 경쟁심과 자부심을 자극해, 헤르페스 낙인 없애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전면에 등장한 인물은 럭비 월드컵 우승을 이끈 국민 영웅, 그레이엄 헨리 경(Sir Graham William Henry)이다. 그는 "뉴질랜드인의 자부심은 어디 갔는가. 헤르페스를 우리의 새로운 자부심으로 만들자. 뉴질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헤르페스 걸리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어처구니 없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뉴질랜드인의 자존심을 긁는 언사다.
재단은 여론조사 기관과 협력해 '헤르페스 오명 지수(Herpes Stigma Index)'를 개발했다. 이는 OECD 10개국을 대상으로 헤르페스에 대한 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다. 이어 헤르페스 오명 탈피 교육 과정(Destigmatisation Course)도 론칭했다. 교육을 이수하면 국가별 점수가 올라가고, 실시간으로 순위가 갱신되는 방식이다.

교육 영상에는 전 보건부장관이자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으로 불리는 애슐리 로빈 블룸필드 경(Sir Ashley Robin Bloomfield),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얻은 일명 '샴페인 레이디' 앤 배틀리 버튼(Anne Batley-Burton), 그리고 코미디언 앤젤라 드라비드(Angella Dravid) 등 각계각층 인사가 출연한다. 의학적 무게감을 덜고, 유머러스하게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 지수 조사에서 9위에 머물렀던 뉴질랜드는, 총 1만776시간의 교육 콘텐츠 시청을 기록하며 8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재단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은 2200만 건 이상의 글로벌 홍보 효과를 냈으며, 교육 참가자의 86%가 '헤르페스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이 모든 것은 8만 뉴질랜드 달러(한화 약 6500만원)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이뤄졌다.
제목: 지속되는 사랑을 위하여(Make Love Last – Bedroom)
출품사: 오길비 상하이(OGILVY, Shanghai)
브랜드: 비아트리스(VIATRIS)
수상: 2025 칸라이언즈 제약(PHARMA) 부문 그랑프리, 인더스트리 크래프트(INDUSTRY CRAFT) 부문 브론즈
법망을 피한 은유
성에 대한 개방적인 논의가 드문 중국에서는 헬스케어 마케팅에도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중국에서는 처방의약품의 일반 대중 대상 광고가 엄격히 금지된다. 비아그라의 타깃,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성인 남성과 그 파트너에게 도달하기 위해 비아트리스는 시각적 은유법을 활용했다.
'지속되는 사랑을 위하여(MAKE LOVE LAST)' 캠페인은 세 커플에게 비아그라 1알씩과 약 효과가 지속될 4시간, 그리고 카메라 한 대를 제공했다. 커플들은 비아그라의 도움을 받은 그 시간을 타임랩스 촬영을 통해 담아냈다. 움직이는 몸의 궤적은 빛의 선이 되었고, 커플 간의 친밀감은 예술로 승화됐다.
해당 커플의 인터뷰와 사진은 밸런타인데이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돼 법적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친밀감에 대한 자발적인 대화를 이끌어냈다. 이 캠페인은 총 3억5000만회 노출(impressions), 189만건의 자발적 대화, 8580만건의 영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모든 콘텐츠에는 브랜드명 없이 '파란 다이아몬드'와 같은 말로 은근하게 비아그라를 연상시킬 뿐이었지만, 캠페인 이후 진행된 조사를 통해 브랜드 호감도와 타깃층 내 연관성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것이 비아트리스 측 설명이다.
제목: 위선은 그만(No More Hippocrites)
출품사: 에버사나 인터치 뉴욕(EVERSANA INTOUCH, New York)
브랜드: WISP
수상: 2025 칸라이언즈 제약 부문 실버
크리에이티비티, 진료실을 침범한 법을 바꾸다
미국은 1973년 일명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재판을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지만, 이 결정은 2022년 6월 뒤집힌다. 연방 대법원의 새 판결에 의해 헌법 낙태의 권리를 헌법 차원에서 제명 축출하고 '각 주의회가 결정할 사안'으로 격하한 것이다.
50개 주 중 일부가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함에 따라 임신 중절 여성들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거나, 죽은 태아의 분만을 유도하지 못한 채 유산 과정을 겪어야 하기도 했다. 의료진 또한 낙태 시술을 제공할 경우 의료 면허 박탈이나 형사 처벌의 위험에 놓이며 환자의 안전보다 법적 책임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기반 원격진료 플랫폼 WISP은 이 상황을 외부의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흔들리는 것으로 봤다. 이들이 만든 신조어 'Hippocrites(히포크리츠)'는 'Hippocratic(히포크라테스의)'과 'hypocrites(위선자)'를 결합한 말로, 의사들이 본인의 뜻이 아닌 법에 의해 위선자로 만들어지는 비극적 현실을 표현한다.
캠페인의 목표는 의사와 환자 모두가 처한 모순적 상황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실질적인 해결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 두가지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된 6분짜리 드라마와 함께, NoMoreHippocrites.com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지역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클리닉과 지원금 데이터베이스(DB)가 연동된다.

디지털 캠페인은 물론, 지지 성향이 갈리는 '스윙 스테이트'에서는 옥외광고를 집중 배치해 유권자 행동에도 영향을 주도록 설계됐다. 이 캠페인은 단 5주 만에 1억회 이상의 노출, 100만회 이상의 영상 조회수와 99%의 영상 완주율, 그리고 100% 긍정적인 언론 보도를 기록했다. 광고 지표를 넘어 문화적 변화에도 영향을 줬다. 2024년 미국 10개 주 중 7곳에서 낙태권 보호 투표가 통과됐고, 그중에는 보수 성향의 주도 포함됐다.
제이슨 영(Jason Young) 노바티스(Novartis) 부사장 겸 마케팅 책임자는 "역사적으로 헬스케어 및 제약 마케팅은 시장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다른 분야의 마케팅과는 다르다고 취급돼 왔다"며 "크리에이티비티는 더 큰 참여와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열쇠다. 우리는 무엇이 허용되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를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칸라이언즈 2025는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칸라이언즈코리아는 오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주목받은 글로벌 수상작품을 엄선해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국내외 크리에이티비티 산업 전문가 강연을 선보이는 칸라이언즈서울을 진행한다. 칸라이언즈서울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자세한 소식은 칸라이언즈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