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미디어가 된 과속 방지턱·비행기 날개·유니폼 안쪽
"미디어의 확장된 정의 보여주는 것이 관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승강장, 일반적으로 전광판에 송출되는 광고들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장면이다. 그렇다면 도로의 과속방지턱, 비행기 날개, 혹은 유니폼의 안쪽은 어떨까. 요즘 시대의 광고는 공공 공간과 커뮤니티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12일 브랜드브리프는 2025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이 어떻게 기존의 틀을 깨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분석했다.
제목: 과속방지턱(Bumpboards)
출품사: BETC, Paris
브랜드: 시트로엥(CITROEN)
수상: 2025 칸라이언즈 아웃도어(OUTDOOR) 부문 실버
광고 예산으로 만든 과속방지턱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CITROEN)은 최근 시골 지역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마주했다. 저가형 아시아 브랜드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통 제조사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다. 시트로엥은 이들이 전기차(EV)나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보다는 편안한 주행감과 안전성을 우선시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골 도로에선 불법이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과속 방지턱이 문제다.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면서 과속방지턱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운전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대표적 요소가 됐다.
시트로엥은 빌보드 광고에 쓰이던 예산을 실제 마을 도로에 투입해, 규격을 충족하는 안전한 콘크리트 방지턱으로 교체하고 여기에 시트로엥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했다. 운전자들은 매일 이 방지턱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접점을 갖게 됐고, 이는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비용은 개당 약 1만유로(한화 약 1600만원)로, 시골 마을에 한 달간 설치되는 옥외 광고와 유사한 수준이다. 시트로엥은 이를 전국 3만4000개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했고, 향후 5년간 광고 예산의 일부를 과속 방지턱에 지속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제목: #날개코드(W1NG COD3S)
출품사: HAVAS HOY, Mexico City
브랜드: 볼라리스항공(VOLARIS AIRLINES)
수상: 2025 칸라이언즈 다이렉트(DIRECT) 부문 브론즈, 미디어(MEDIA) 부문 브론즈
비행기 창문샷에서 할인쿠폰을 찾아라
멕시코 저가 항공사 볼라리스(Volaris)는 항공기 날개에 적힌 등록 코드(wing code)를 이용한 캠페인으로 승객들을 사로잡았다.
항공기 등록 번호를 숨은 할인 코드로 전환해 승객이 사이트에 입력하면 곧바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승객들은 날개 사진을 자연스럽게 공유했고, 사진 속 코드가 다른 이용자에게도 적용되면서 확산됐다. 심지어 일부 승객들은 경쟁 항공사 날개 코드까지 테스트했는데, 실제로 작동하면서 폭발적으로 바이럴됐다.
캠페인 결과 17만9692장의 코드가 사용됐으며, 17만9692장의 티켓 판매가 이뤄졌다. 미디어 비용은 0원, 100% 고객이 만든 콘텐츠(UGC)로 달성한 성과다.
제목: 땀 스폰서(The Sweat Side of Sponsorship)
출품사: 이슬라 레푸블리카, 상파울루(ISLA REPUBLICA, Sao Paulo)
브랜드: 게토레이(GATORADE)
수상: 2025 칸라이언즈 미디어(MEDIA) 부문 브론즈,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스포츠(ENTERTAINMENT LIONS FOR SPORT) 부문 브론즈
전화위복, 40억원을 아낀 아이디어
게토레이는 콜롬비아의 인기 구단 중 하나인 인데펜디엔테 데 메데인(Independiente de Medellin)의 공식 후원사다. 그러나 이미 술이나 통신사, 유제품 브랜드 등 축구와 관련이 적은 브랜드들이 로고를 차지하고 있어 게토레이에겐 자리가 없었다.
이에 게토레이는 '땀 공식 후원사'가 되기로 했다. 땀이 없다면 게토레이도 없고, 땀은 '진짜' 노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게토레이는 유니폼의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로고를 거꾸로 인쇄했다.
선수들이 땀을 닦기 위해 유니폼을 들어 올리는 순간, 관중과 카메라에 게토레이 로고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로고 노출을 넘어, 게토레이가 스포츠에 필수적인 음료라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300만 달러(한화 약 42억원)에 이르는 비싼 유니폼 스폰서십을 비튼 캠페인이라는 평가다.
위 캠페인들은 칸라이언즈 심사 기준이 전통적 매체에 갇히지 않고 미디어 그 자체를 재정의하며 공공성과 확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 칸라이언즈 미디어 부문 심사위원장인 댄 클레이스(Dan Clays) 옴니콤 미디어 그룹 EMEA 대표는 "2025년이라는 시점에서 미디어의 확장된 정의를 보여줬는지가 심사의 관건이었다"며 "이는 크리에이터, 커머스, 제품, 전통적 매체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밝혔다.
아웃도어 부문 심사위원인 엔리케 렌타(Enrique Renta) DDB 라티나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아웃도어는 본질적으로 영토적이며 공공 공간을 점유한다. 그래서 커뮤니티와 대화하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매체 간 상호작용을 전제로, 옥외광고(OOH)가 대형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고 바이럴과 메시지 확산의 촉매가 되는 방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로 72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5는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칸라이언즈코리아는 오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주목받은 글로벌 수상작품을 엄선하여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국내외 크리에이티비티 산업 전문가 강연을 선보이는 칸라이언즈서울을 진행한다. 칸라이언즈서울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자세한 소식은 칸라이언즈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