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광고 업계, 근본적인 변화 필요… 판촉 아닌 설득에 집중해야"
"사람들이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해서도 사람들 몰입시킬 수 있어야"
"결국 크리에이티비티가 차이를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만들 것"
"요즘 사람들은 광고에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보는데는 하루 평균 4시간을 쏟아붓고 있죠. 왜 광고는 지고, 엔터테인먼트는 이기는 걸까요? 이제 광고 만들기를 멈추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드세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칸=] BBH를 공동 창립한 글로벌 광고계의 거물 존 헤거티 경(Sir John Hegarty) 더 비즈니스 오브 크리에이티비티(The Business of Creativity)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가 전 세계 광고인들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돈을 주고서라도 광고를 보지 않는 시대에 광고 만들기를 멈추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처럼 사람들이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칸라이언즈(Cannes Lions) 2026 무대에 선 존 헤거티 경은 최근 광고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뼈 아픈 진단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는 "광고계는 어느 순간부터 영감을 주는 기술보다, 소비자들을 스토킹하는 기술을 완성해왔다"며 "'브랜드란, 누군가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동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AI(인공지능)와 최신 기술, 데이터가 광고 업계를 장악하면서 타깃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이 광고 회사의 주요 업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트렌드를 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교묘히 이용하고,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이를 추적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때문에 사람들이 광고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광고에 환멸을 느끼고 있고,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사람들이 피하는 나쁜 작업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월드컵 경기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외면할 뿐"이라며 "지금까지 광고는 설득보다 판촉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광고는 지고, 엔터테인먼트는 이기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존 헤거티 경에 따르면, 2025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하루 평균 시청률은 약 4시간에 달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오래 동안 붙잡아 둔다는 것이다.
존 헤거티 경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그들이 반드시 관심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사람들을 몰입시키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로 그 부분이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라고 했다.
그 대표적 예로,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Adolescence(소년의 시간)'과 영국 ITV의 'Mr Bates vs The Post Office(미스터 베이츠 대 우정청)', 'I Swear' 등을 꼽으며 "문제 청소년과 우체국 직원의 횡령, 투렛 증후군 환자를 주제로 한 이 시리즈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였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 문제를 이야기로 바꿔 사람들이 몰입하게 만들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들었다"며 "이전까지 아무도 몰입하지 않았던 문제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입한 이유는, 그 내용이 흥미롭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문제를 다뤘다. 그것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힘"이라며 "그렇다면 광고업계는 왜 이것을 하지 않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요즘 광고는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잊어버린 것 같다"면서 "모두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광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로 무언가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그는 일하는 구조와 방식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크리에이티브한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존 헤거티 경은 "BBH를 운영했을 때 신입사원들에게 항상 보여주던 삼각형 그림이 있었다. 삼각형 꼭대기에 CEO가 있고 그 아래에 직원이 있는 그림을 보여준 뒤 'BBH에서는 그 삼각형이 거꾸로 되어 있다. 여러분이 맨 위에 있고 내가 맨 아래에 있다'고 얘기했다"며 "왜냐하면 그들이 회사와 브랜드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CEO로서 나의 역할은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크리에이티비티가 차이를 만들어내고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CEO의 직함을 'Chief Executive Officer'에서 'Creative Executive Officer'로 바꿔야한다. 우리가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다르게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디다스의 2026 월드컵 캠페인 'Backyard Legends'에 대해 얘기하며 "이 캠페인은 공개 4일 만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서 65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누군가는 '아디다스라서 가능한 것 아닌가', '월드컵 광고라서 잘된 것 아닌가'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흥미롭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단순히 무언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광고인의 DNA였던 크리에이티비티를 다시 찾아야만 한다"며 "우리 업계에 변화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는 오는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칸라이언즈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공식 웹사이트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