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완성도 높은 디자인 결과물,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솔루션이 올해의 큰 흐름"
"칸 수상 원한다면 지역에 특화된 시선을 갖되, 글로벌 언어로 스토리텔링 해야"
창립 10주년 파울러스 "세상 이롭게하는 솔루션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파"
"훌륭한 디자인 콘셉트와 디자인 솔루션도 중요하지만, 칸라이언즈에서의 수상을 가르는 핵심 요소는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었습니다. 로컬(Local)에 기반한 캠페인 사례를, 동서양을 아우르는 범세계적(Cosmopolitan)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죠."
[프랑스 칸=]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라이언즈(Cannes Lions)의 디자인 라이언즈(Design Lions)는 단순히 예쁘고 잘 만들어진 디자인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뛰어난 시각적 완성도는 물론, 그 디자인을 탄생시킨 창의적 사고와 함께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를 움직이는 디자인의 힘을 기리는 카테고리다.
올해 칸라이언즈에서도 디자인 라이언즈의 지향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크리에이티브적 사고로 긍정적 변화와 움직임을 만들어 낸 디자인에는 어떤 전략이 담겨 있을까.
브랜드브리프는 2026 칸라이언즈에서 디자인 라이언즈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를 프랑스 칸 현지에서 직접 만나 올해 심사 과정에서 느낀 생생한 크리에이티브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김경신 대표는 먼저 "수십 년간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고생해오신 수 많은 분들에 비하면 업적과 기여도가 아직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칸라이언즈 심사위원에 선정 돼 영광스럽다"며 "다른분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격이 제게 주어졌다는 것은 그 역할을 통해 감당해야 할 모종의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심사 과정 중에 배운 점을 깊이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올해 디자인 라이언즈에서 크게 2가지 흐름을 목격했다.
그는 "첫째는 전통적인 디자인 관점에서 훌륭한 디자인 콘셉트와 아이디어, 그리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 시스템 등 결과물에 대한 부분이었고, 둘째는 보다 광의적인 '서비스 디자인'의 관점에서 수혜자들의 문제점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것을 정확히 해결하는 디자인 솔루션에 관한 것이었다"며 "특히 아이디어가 간결함(Simplicity)과 확장성(Scalability)을 갖췄는지도 심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경신 대표는 디자인 라이언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 애플의 'Apple TV Rebrand' 캠페인을 꼽았다.
애플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애플 TV+는 'Ted Lasso', 'Severance' 등 뛰어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리브랜딩에 나섰다. 디지털 효과 대신 실제 유리 조형물과 빛, 사운드를 활용한 브랜드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장인정신(Craft)을 강조한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 콘텐츠만큼 완성도 높은 브랜드 경험을 구현했다.
그 결과 리브랜딩 공개 직후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며 24시간 만에 290건의 언론 보도와 4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엔터테인먼트 리브랜딩 가운데 가장 높은 76%의 긍정 반응을 얻었다. 나아가 전 세계 107개 시장, 340여 개 타이틀에 적용되며 Apple TV의 역대 최고 분기 신규 가입자 증가를 이끌어냈다.
김경신 대표는 "쇼트리스트를 볼 때부터 이 캠페인의 그랑프리를 점쳤는데, 최종 심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며 "애플이 최근 새로 업데이트했던 리퀴드 글라스(Liqid Glass)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애플TV의 로고 콘셉트가 적용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다양한 색채의 투명한 글라스의 중첩을 통해 직관적으로 TV의 속성을 표현한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AI(인공지능)로 많은 콘텐츠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다보니, AI를 이용해서는 아직까지는 절대 만들기 어려운 엄청난 작업 공수와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발휘된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파울러스가 출품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전 펄스(Vision Pulse)' 캠페인이 디자인 라이언즈에서 브론즈를 수상하면서 김경신 대표는 수상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이 캠페인은 한국의 어린이 통학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익숙한 키링 문화에 차량 안전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다. 낮에는 가방에 달린 안전 태그로, 밤에는 무드등으로 변신해 하루 종일 아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디자인 솔루션의 힘을 보여줬다.
김 대표는 "아쉽게도 제가 참여한 작품의 평가 토론에는 참여할 수 없어서 심사 때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몇몇 심사위원 분들이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문제, 특히 아이들의 통학길 안전을 해결하고자하는 시도가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디자인 라이언즈는 전통적인 디자인 작품들이 강세인 카테고리지만, '서비스 디자인' 영역에서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를 독창적으로 평가해준 것 같다"는 수상 소감도 함께 전했다.
김 대표는 앞서 태국 애드페스트(ADFEST), 인도네시아 대표 광고제 시트라 파리와라(Citra Pariwara), APAC 광고제 원 아시아(ONE Asia)와 시슬로페 아시아(CICLOPE Asia Pacific),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아시아 권역의 다양한 어워즈에서 심사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APAC 광고제 심사 경험을 언급한 뒤 "칸라이언즈는 글로벌의 다양한 관점들이 경합하는 자리다보니, '지극히 아시아적 관점'을 바탕으로 진행된 캠페인은 서양인의 시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는 단지 캠페인의 문제의식이나 해결책 등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고 짚었다. 그보다는 언어와 관점의 다름에서 발생하는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구조'의 차이가 칸라이언즈 수상을 가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시아 광고제에서 그랑프리, 골드 등 수많은 수상 성적을 거둔 캠페인들이 칸라이언즈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상황들이 생기곤 했다"며 "기술적 측면에서 칸라이언즈 수상권에 들기 위해서는 지역에 특화된 커뮤니티의 시선을 갖되, 글로벌의 언어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캠페인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로컬에 기반한 캠페인 사례를 동서양을 아우르는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디자인 카테고리는 매우 전통적인 부문이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심사는 그것의 맥락과 실행의 과정을 풀어낸 케이스 필름(Case Film)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모든 문화권에서 이해할 수 있게 케이스 필름을 잘 풀어내는게 수상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내놨다.
또한 "실무자로서 자기 논리에 빠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실무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 기획(크리에이티브팀), 수혜자의 관점을 무궁무진한 충돌의 과정을 통해 진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울러스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작은 독립대행사로 시작한 파울러스는 올해 칸라이언즈 수상과 심사위원 배출, 한국 유일의 칸라이언즈 세미나 진행 등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이는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무관을 기록한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이노션 등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한국 광고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김경신 대표는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LG,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이 인하우스(in-house) 대행사를 소유하고 있고, 이러한 대형 대행사들이 광고계를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광고 산업의 특징"이라며 "물론, 대한민국이 극동지역의 작은 국가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산업과 사회 기반이 대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자본의 집중과 의사 결정이 빠른 상명하복 문화를 기반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것의 반작용으로 우리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가 무엇인지, 어떻게하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고 극대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뒤처져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결과로 아직까지도 '클라이언트가 하라면 해야지'하는 문화도 남아있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 독립 대행사들의 활약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사회적 니즈, 이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기존의 '수직계열화된 산업으로써의 광고'가 아닌 '창의로서의 광고'로의 이행, 그 시대적 요청을 알리는 중요한 상징적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가진 수 많은 장점과 저력이 존재하지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상명하복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주변국에 비해 더딘 세계화(Globalisation)가 아닐까 한다"며 "일례로 가까운 도쿄 광고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배경이 미국인, 브라질인, 조선족, 독일계 혼혈, 프랑스계 혼혈 등 정말 다양하다. 여기서 다양한 사고방식의 교류, 충돌, 진화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곧 산업의 발전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파울러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개방적인 토론과 의사 결정 문화, 인적 구조에 있어서의 세계화를 통해 사고력의 진화를 가속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UN산하 기관인 OPCW에서 인턴십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 광고대행사로 우뚝 선 파울러스를 이끄는 수장이 되기까지. 소속과 활동 영역은 바뀌었지만 김경신 대표가 뚝심있게 지켜 온 가치는 '세상을 이롭게하는 솔루션'이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세상을 이롭게하는 솔루션에 관심이 많다보니 파울러스도 자연스럽게 이에 특화된 에이전시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며 "파울러스가 아직 업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미비할지언정, 사람을 성장시키고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만큼 큰 성취의 기쁨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파울러스의 색깔을 지키고 발전시켜나감과 동시에, 업계의 다양한 분들과의 대화와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발전에 기여해나가고 싶다"는 진심어린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구글코리아, 기아, 스튜디오좋, HSAD, 이노션, 제3채널, 제일기획, KT, 트립닷컴, 한양대학교, 현대자동차(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