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광고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카테고리"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가르는 것은 팬덤과 인게이지먼트, 새로운 시도 필요"
"엔터테인먼트 결합한 광고, 가능성 무궁무진… 새로운 영역과 장르로 진화"
"요즘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합니다. 돈을 주고서라도 안보려고 하죠. 그렇다면 광고는 이제 끝난걸까요? 아니요. 오히려 더 새로운 영역과 장르로 무궁무진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광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기쁘고 설렙니다."
[프랑스 칸=] 지난해 '밤낚시(Night Fishing)' 캠페인으로 대한민국에 세 번째 칸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안겨 준 김정아 이노션 대표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가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프랑스 칸을 다시 찾았다. 특히 이노션 본사 최초의 그랑프리 수상 카테고리인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Entertainment Lions) 부문을 심사하게 된 김정아 대표의 마음가짐은 어느때보다 남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의 종말을 우려하는 사이, 오히려 새로운 광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김정아 대표의 목소리에는 크리에이티브로서의 자부심과 확신이 단단히 배어 있었다.
브랜드브리프는 칸라이언즈 2026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김정아 대표를 칸 현지에서 직접 만나 올해 심사 후기와 함께 광고 시장의 거대한 흐름에 대한 폭넓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김정아 대표는 먼저 "출품자의 입장이 아닌, 심사위원으로 이 카테고리를 바라보니 광고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며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과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전 세계 광고계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새로운 무기로 활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의 고민과 노력을 보며 시야를 한층 넓힐 수 있는 자극이 됐다"고 전반적인 심사 후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저예산 캠페인이 몇 백억원을 쏟아 부은 대형 작품을 이기는 것을 보면서 '밤낚시'가 어떻게 대자본이 들어간 캠페인을 제치고 지난해 그랑프리를 수상할 수 있었는지, 우리 업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대표가 심사를 맡은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는 브랜드 콘텐츠를 하나의 문화(Culture)로 확장시키는 크리에이티비티를 기리는 부문이다. 출품작은 사람들이 '건너뛸 수 없는(Unskippable)'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한다. 강력한 몰입감과 매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소비자와 연결되는 작품을 평가한다.
김 대표는 "요즘 사람들이 광고는 돈을 주고서라도 안보려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좋아한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팬덤(fandom)과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고 짚으며 "이 부문에서는 광고적으로 재밌게 잘 만든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고, 팬덤과 인게이지먼트를 만들어 낸 작품을 뽑는다. 광고가 지닌 엔터테인먼트적 잠재력을 새로운 시도로 보여준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김정아 대표는 올해 가장 인상적인 캠페인으로 아디다스(Adidas)의 '오아시스 - 오리지널 포에버(Oasis - Original Forever)' 캠페인(JOHANNES LEONARDO, NEW YORK 대행)과 구찌(Gucci)의 '더 타이거(The Tiger)' 캠페인(MJZ, LOS ANGELES 대행)을 꼽았다.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한 아디다스는 오아시스의 재결합 투어를 단순한 스폰서십이 아닌 '팬 경험'으로 확장했다. 공식 투어 머천다이즈와 캠페인 필름, 리테일, 벽화, 디지털 콘텐츠를 하나의 팬 생태계로 연결해, 팬들이 함께 입고·모이고·노래하며 재결합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투어를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이자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며 브랜드와 팬의 유대감을 극대화했다.
구찌의 '더 타이거'는 약 30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Demna)의 탁월한 창의성(Exceptional Creativity)을 알리기 위해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와 할리나 레인(Halina Reijn)이 공동 기획, 공동 각본, 공동 연출을 맡아 제작했다. 데미 무어, 에드워드 노튼, 엘리엇 페이지 등 화려한 캐스팅과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신제품 컬렉션 'La Famiglia'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녹여내며 패션 필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구찌는 브랜드를 다시 문화적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고,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골드를 수상했다.
김 대표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두 작품을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갔다. 나를 포함한 제작 출신 심사위원들은 구찌 캠페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줬고, 마케팅 베이스의 심사위원들은 아디다스 캠페인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구찌 캠페인은 30분이 넘는 길이에도 불구하고 몇 번을 다시 봐도 새롭고 놀라웠다. 영상의 모든 장면 장면이 한 컷의 룩북 같았고, 모든 제품들을 갖고 싶게 만드는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열띤 심사 토론 끝에 그랑프리는 아디다스에 돌아갔다.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와 골드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심사위원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다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 카테고리가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며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에서는 정말 사람들을 엔터테이닝 해주는 작품, 이를 통해 브랜드의 목표를 달성한 작품, 광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을 찾아야한다는 합의에 달했다. 물론, 크래프트적 측면으로 보면 구찌 캠페인이 압도적이었지만 아이다스 캠페인은 놀라운 팬덤을 구축하며 브랜드의 비즈니스 성장까지 확실하게 이끌었다. 때문에 최종 그랑프리는 아디다스에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가장 크게 구분짓는 것은 '팬덤'이었다"며 "이에 대해 정의하고 규정짓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광고의 영역이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진화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우리 광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기쁘고 설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 그리고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김정아 대표가 칸라이언즈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크리에이티브의 시선으로만 광고제를 바라봐왔기 때문에 칸라이언즈에서의 수상이 하나의 숙제 같은 느낌이었다"며 "결국 좋은 광고가 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칸라이언즈에서의 수상은 이를 증명하는 일종의 숙제였고, 지난해 '밤낚시'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오랜 숙제를 마침내 해 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CEO 자리에 오르면서, 광고제가 지닌 진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됐다고 김 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광고제 수상이 비즈니스 효율과 연결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해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가에 관한 것"이라며 "자기 일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은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pride)이라고 생각한다. 칸라이언즈 수상의 진짜 가치는,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구성원들의 이러한 자부심을 한 방향으로 똘똘 뭉치게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칸라이언즈 그랑프리 트로피가 지닌 명예와 권위를 넘어, 이노션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씩씩하게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을 북돋아준 것이야 말로 광고제 수상의 진짜 목적과 의미라는 것이다.
국내의 많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CEO들이 광고제에서의 수상을 비즈니스 효율로만 따져보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인사이트는 광고제 수상을 단기적인 손익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크리에이티비티와 글로벌 경쟁력을 축적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21년 간 이노션과 함께 해 온 김정아 대표는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목격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노션을 더욱 크리에이티브하고 더욱 진화한 조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아 대표는 "AI가 처음 광고 산업에 등장했을 때 모두가 인간을 대체하는 부분을 우려하고 불안해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인간의 크래프트맨십과 크리에이티브, 기획력, 제작 노하우, 완성도를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을 칸에서 확인했다"며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모두 직업을 잃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카메라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회화 영역과 장르가 열린 것처럼, 크리에이티브들도 AI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오히려 AI 덕에 에이전시의 일이 2~3배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체화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21년 동안 이노션에서 일하면서 목격한 선배, 동료, 후배들은 크리에이티비티에 있어서만큼은 '손발은 빌리지만, 머리를 빌리지는 않는다'는 철칙을 고수해왔다"며 "우리가 하는 업(業)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면 광고회사는 '대행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광고회사만이 가능한 새로운 영역과 장르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좋은 걸 만들면, 좋은 숫자(성과)가 가능하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구글코리아, 기아, 스튜디오좋, HSAD, 이노션, 제3채널, 제일기획, KT, 트립닷컴, 한양대학교, 현대자동차(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