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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덕에 벼락 출세?…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성공은 150년 뚝심

2026-06-29 09:42:05
일라이 릴리 CMO와 파트너사 와이든+케네디 2026 칸라이언즈 무대 올라
오스카 시즌에 광고로 비만 치료제 오남용·의약품 접근성 문제 정면 돌파
"브랜드에 대한 믿음은 실제 행동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왼쪽부터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왼쪽부터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프랑스 칸=유다정 기자] 마운자로 열풍으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그 이면에는 창업 당시부터 이어져 온 정직과 투명성의 원칙이 있었다.

24일(현지 시간) 2026 칸라이언즈 무대에 오른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SVP(부사장) 겸 소비자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 글로벌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가 제약사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가 지켜온 150년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릴리는 대중들에게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로 유명하다. 릴리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제약 회사가 됐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릴리: 150년의 역사를 거쳐 탄생한, 하룻밤 사이에 이뤄낸 성공(Lilly: An Overnight Success 150 Years in the Making)'이었다. 마운자로로 인해 반짝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150년에 걸쳐 만들어진 성과라는 일종의 반어법이다.

릴리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주프레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는 "제약은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산업 중 하나이고, 광고는 그 다음"이라면서도 "하지만 릴리의 크리에이티브의 중심에는 '정직함(honesty)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왼쪽부터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폴리메니 CMO는 "릴리에서 22년 동안 일하며 환자들이 릴리의 의약품을 통해 어떤 삶의 변화를 겪었는지 들어 왔다. 제약 산업은 사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산업 중 하나"라며 "그런데 이렇게 높은 목적을 가진 산업, 치명적이거나 말기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삶의 시간을 더해 줄 수 있는 산업이 왜 이렇게 형편없는 크리에이티브를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제약 광고들은 환자의 현실이나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뻔한 이미지와 상투적인 표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리나 폴리메니 CMO는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제약 광고를 만들기 위해 에이전시들을 수소문해 와이든+케네디 대표를 만나 '역피칭'했다.

리나 폴리메니 CMO는 "지인을 통해 당시 와이든+케네디 대표의 전화번호를 구했고, 직접 전화를 걸어 나의 비전과 생각을 설명했다. 그에게 우리가 함께 이 산업을 바꾸고, 이 산업이 인식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첫 답변에선 거절을 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리나 폴리메니 CMO는 "와이든+케네디가 릴리를 더 깊이 알게 해야겠다고 접근 방식을 바꿨다. 릴리 내 다양한 직급, 직군의 직원 20~30명을 인터뷰하게 했다"며 "그들은 경영진부터 규제, 영업 부서, 의약품 포장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만나 '왜 여기서 일하는지', '무엇이 목적의식을 주는지'를 물었고, 그 과정에서 릴리의 창업 정신인 '진정성'이라는 브랜드 진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피에르 주프레(Pierre Jouffray) 와이든+케네디 글로벌 E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릴리는 약 150년 전 일라이 릴리 대령(Colonel Eli Lilly)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의미의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만병통치약이 팔리던 시대였다. 릴리의 시작은 이런 시장 안에서 의약품의 정직함을 지키려는 시도였다.

폴리메니 CMO는 "릴리 대령에게 정직과 투명성은 병 바깥, 즉 라벨에 적힌 내용이 병 안에 들어 있는 것과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릴리는 이 원칙 위에 세워졌고, 그 신뢰의 토대가 와이든+케네디와의 브랜드 대화를 시작하게 한 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이후 릴리는 '건강을 무엇보다 우선한다(Health Above All)'는 슬로건 하에 '의약품 회사(A Medicine Company)'로 정의했다. 

주프레 ECD에 따르면 미국에서 '파마(pharma)'와 '약(medicine)'의 차이는 매우 크다. 보통 산업, 비즈니스, 제약업계, 거대 제약사 같은 느낌이 강한 파마 대신 환자와 치료, 건강에 더 가까운 약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의약품은 누구의 몸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차별 없이 작동해야 한다. 가난함과 피부색을 차별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 우연히 주어진 몸이 우리가 얼마나 잘 돌봄을 받는지, 답을 찾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는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우리가 전 세계의 청중에게 우리 자신을 정의한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리나 폴리메니(Lina Polimeni) 일라이 릴리 CMO.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하지만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문화적 현상이 되고 있었다. 수요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명인들의 사용과 함께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들도 확산됐다.

이 현상은 당뇨병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약에 생명이 달린 환자들이 정작 필요한 약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폴리메니 CMO는 "그 순간은 우리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브랜드로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고,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주목한 무대는 오스카 시상식이었다. 레드카펫에서는 유명세, 드레스와 턱시도, 외모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이 분명했다. 릴리는 그 화려한 문화적 순간에 건강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주프레 ECD는 "당시 작업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보면 회의는 한 번이었다. 팀은 다음 날 대본을 썼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매우 빠르게 움직였고, 빠르게 공개했다"며 '빅 나이트(Big Night)'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 캠페인은 비만 치료제가 본래의 의학적 목적과 무관하게 외모 관리의 수단처럼 소비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영상에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약이 아니었던 약을 사용해 왔다. 중요한 밤을 위해 더 작은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기 위해, 허영을 위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약의 목적이 아니다. 비만으로 건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가 이 약을 연구하는 이유다. 누가 이 약을 받는지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프레 ECD는 "이 작업을 통해 리딩(leading) 브랜드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폴리메니 CMO는 "사람들은 브랜드가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 브랜드에 대한 믿음은 그 브랜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말과 얼마나 일관되는지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칸라이언즈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이렇게 크고 영향력 있는 회사에서 이런 일을 통과시키는 것이 쉬웠을 리는 없지 않느냐'였다"며 "늘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쉬웠던 것이 하나 있다면, 우리의 확신과 지향점, 그리고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는 오는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칸라이언즈 등록 및 패스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 공식 웹사이트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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